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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뚱한 나치 소년의 성장 이야기" - 조조 래빗(2019)
    일상이야기/영화 2020. 2.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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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 래빗(Jojo Rabbit)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엉뚱한 나치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영화 '조조 래빗'을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CGV 시네마톡으로 보고 왔다. 올해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첫 영화인데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되었다길래 호기심에 도전해봤다.

     

    이 영화 참 도발적이다. '나치즘' '홀로코스트'란 민감한 주제를 가볍게 다뤄낸다. (이 점을 불편하게 받아드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본 전쟁, 전체주의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습을 다룬다. 아이의 시선에서 사회상을 다룬다는 점이 '빌리 엘리어트'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주인공 요하네스 베츨러 일명 '조조'는 자신감이 부족하지만 엉뚱한 아이다. 나치 유겐트 캠프에 가기 전 긴장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같은 존재, 위대하신 총통님 '히틀러'가 등장한다. 자랑스러운 독일의 국민으로 나아가자며 함께 '하일 히틀러'를 힘차게 연습하며 밖으로 힘차게 나선다. 그렇게 유겐트가 된 소년은 토끼도 못 죽인다며 '조조 래빗'이라 놀림받고, 수류탄을 잘못 던저 얼굴에 흉터가 남게 된다. (심지어 자폭한 아이라고 놀림받는다!) 더이상 소년단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조조는 어느 날 집에 숨어든 유대인 '엘사'를 마주치게 된다.

     

     

     

     

    상영시간 108분에 불과한 '조조 래빗'은 동화 같은 분위기였다가도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에이 그럴리가 없어'였다가 '아, 그럴 수도 있겠다'로 넘어온 기분이었다.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데도 '울어라 울어라'는 아니고 끝까지 유쾌하면서도 마냥 밝지만 않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시종 나치에 대한 풍자를 하는 데 킥킥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온다.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 중 하나는 나치를 희화화한 장면이었다. 조조와 엘사가 집에 있을 때 갑자기 게슈타포가 문을 두드린다. 4명? 5명의 사내들은 집안으로 들어오면 일일히 '하일 히틀러'라는 인사를 조조와 주고 받는다. 그 다음 클렌젠도프 대위, 핀켈, 엘사와도 말이다. 도합 20번은 한 듯, 불필요한 인사를 여러번 주고 받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치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듯 했다. 그리고 히틀러의 그곳은 하나가 아니고 네 개나 된다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한창 전쟁 중에도 화려한 패션을 뽐내는, 멋쟁이자 낭만주의자이던 조조의 엄마는 철없는 조조의 신발끈을 여러 번 묶어준다. 신발끈도 혼자 못 묶던 어린아이가 엄마의 신발끈을, 그리고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아이로 바뀐다. 엄마의 구두끈을 묶는 장면은 잠깐 졸립다가 다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 찡한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그리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원인과 결과가 딱딱 아귀가 잘 맞아 돌아가지 않고,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내용도 없고, 상상의 여지를 주는, 여백이 많은 영화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갔을 때 그래서 조조와 엘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여운을 남겼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데 얼마 남지 않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외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시네마톡 일부 내용 (※스포일러 포함)

    더보기

    이동진 평론가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아직도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 속 고증이 매우 잘되어 있다고 했는데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이 대표적이라고. 전쟁 중 언제 죽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사람들이 오늘 나가서 죽을 지 모르니 옷을 화려하게 입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전쟁 말기에 군인이 부족하자 어린 소년들까지 전쟁으로 몰아간다. 조조의 친구, 요키는 11살인데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내몰린다.

    찰리 채플린이 "비극은 클로즈업으로 찍고, 희극은 롱샷으로 찍는다"고 말했듯이 지나치게 가까우면 웃길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내가 보고 웃는 대상과 거리감을 두게 만든다. 그리고 그 웃음에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는 히틀러, 나치즘을 보통명사로 보는데 극우세력이 팽배한 요즘 유럽 정세를 볼 때 이러한 비판과 풍자는 지금도 유효하게끔 만든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유겐트(독일 소년단)에 가기 전 굳은 다짐을 하는 조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나치로서 체계화된 교육을 받는 순간을 앞두고 자존감이 낮은 '조조'는 상상 속 히틀러를 만들어 낸다. 그 이유는 첫째,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강력한 아버지를 만들어냈다. 둘째, 조조의 두려움, 불안과 공포를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

     

    '누군가가 되어보기' 누군가가 되려는 모티브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영화. '누가 악인인 걸까?'란 물음에 '조조 래빗'은 남의 되어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 타인의 마음을 상상하고 되어보려는 시도보다 타인을 안다고 착각하며 교정하거나 바뀌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악'이라 말한다. 조조와 엘사 모두 '누군가가 되어보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우선 조조는 처음에는 히틀러, 그다음엔 네이선이 되었다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유대인도 되기도 한다. 히틀러가 되었을 때 조조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지만 점점 안좋은 상황으로 몰아간다. 다음엔 엘사의 정혼자인 네이선인 척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면서 처음에는 적대적인 관계였던 엘사와 차츰 친해진다. 나중에 네이선이 1년 전 이미 죽었음을 엘사가 밝히지만 그럼에도 '가짜 네이선'과 탈출 작전을 꾸몄다며 깜찍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후반부엔 나치로서 유대인의 입장을 경험하고, 그렇게 되었기에 살아남는다. 

     

    엘사는 조조의 누나 잉거인 척, 사악한 유대인인 척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피해자로서 유대인이 아니라 독일인들의 편견 속 유대인으로 연기하던 엘사는 "독일인들의 머리가 두꺼워서 생각을 읽어낼 수 없다"고도 말했지만 점차 조조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게 변화한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엘사의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다.

     

    조조의 엄마 '로지'는 순종적인 나치인 척, 아버지인 척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유 독일을 꿈꾸던 로지는 결국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클렌젠도프 대위도 정상적 나치, 이성애자인 척하며 살아가는데 한때 남이 되어보려는 시도를 해 본 사람이었기에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닌, 유대인에게 온정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조조 래빗'에서 '춤'이란 모티브가 여러 번 등장한다. 단순한 시각적 모티브는 아닐 것이다. 춤은 반드시 누군가와 춰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와 어디서 춤출 것인가? 춤과 전쟁은 어울리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진다. 첫장면도 어떻게 보면 춤이고, 강변에서 로지가 춤추는 장면, 청혼을 수락한 뒤 엘사와 네이선이 강가에서 춤췄다고 말한 장면, 아버지로 분장한 엄마와 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이제 뭘해야 하지?"라는 마지막 대사 후 조조와 엘사가 춤을 춘다. 엘사가 먼저 춤을 추기 시작하고 조조가 따라 춘다. 각자 마음대로 춤추다가 서로 따라하다 조조의 웃음으로 영화가 끝난다. 두사람이 마침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되기 테마의 완결장면인 셈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게 최선의 엔딩이었을거라고 했다. 마지막은 독특하게 투샷으로 하나의 프레임으로 담지 않고 구분해서 따로 촬영해 마치 두 사람 사이에 거울이 있다는 힌트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상대에게서 자기를 보는 심리적 동조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이밖에 '문 밖으로 나가기', '비밀'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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